Q1 to 최재윤.ceci200806. welcome to the underground
‘나에게 힘이 되었던, 나에게 영감을 주었던 비주류 영화’를 추천해주세요. 그 영화는 어떻게 접하게 되셨나요? 어떤 점이 감탄스러우셨나요? 그 영화를 보지 못한 독자들을 위해 그 영화의 강점을 묘사해주신다면.
(자본으로부터 철저히 독립된 인디 영화라는 개념보다는 대중 매체를 통해 흔히 소개되지 않는 비주류 영화라는 개념으로 접근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이 기사를 읽은 독자가 영화를 보고 싶어지면 DVD를 구입하거나, 아트시네마의 특별전 등을 통해 볼 수 있는 영화가 소개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아서요.)
A1
윤성호 <은하해방전선>

"내 인생의 8할은 연애에서 배웠다"라는 감독의 멘트에 완전 동감.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가장 온전하고 완벽한 소통을 하려고 덤벼드는 게 결국 연애하는 것. 말할 준비만 되어있고 들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면 어떤 후회를 하게 되는지 알려주는 영화. 그리고 중간중간 자본주의, 신자유주의, 조선일보, 이명박에 대해 냉소적으로 바라보며 '운동'하고 선동하는, 농담같은 웅얼거림이 담긴 영화. 수다스러운 영화. 배우 임지규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일부러 기사를 만들어 인터뷰까지 했던 영화. 만나보고 '뜨악'했지만, 어쨌든 유쾌하고 재미있는 영화. 자신의 영화와 꼭 닮은 감독의 블로그(http://blog.naver.com/simock)도 가끔 들어가서 보면 매우 산만한 것이 흥미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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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자르 샬론, 엔리케 페르난데스 <아빠의 화장실>

부산영화제에서 보고 개봉날만 기다리고 있는 영화. 무릎 관절이 닳아 없어지도록 자전거 페달을 밟아야만 먹고 살 수 있는 아빠. 때로는 오토바이를 갖고 싶어 애처럼 굴기도 하고, 욱하는 성질을 못이겨 술집에서 깽판을 부리기도 하지만, 페달을 밟는 허벅지 근육과 송글송글 맺힌 땀방울에 촘촘하게 새겨진 삶의 고단함을 결국은 이겨내는 아빠에 대한 영화. 인트로에서 '차르륵 차르륵' 낡은 자전거 벨트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들려오던 아빠의 숨소리, 마지막 변기를 싣고 마을로 돌아오는 시퀀스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마음이 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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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엔형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이걸 비주류 영화에 넣는 현실이 어처구니 없지만, 상영관이 없으니 도리가 있나. 왜 이런 영화를 CGV나 메가막스에선 하지 않는거지? 시네큐브에서 혼자서 보다 너무 긴장해서 기절할 뻔한 영화. 서스펜스는 이런 식으로 만드는 거구나, 연출을 이렇게 하면 이렇게나 무시무시하면서 통찰력까지 담긴 장면이 나오는 거구나 알게 해준 영화. 그리고 미국이란 나라를 이해하는 '불안'이라는 중요한 키를 전달해준 영화. 뺏고, 뺏기고, 쫓고, 쫓기다보니 생기는 불안, 노인 보안관 토미리존스에게 마지막 남아 있던 정의로움 혹은 책임감까지도 삼켜버린 불안의 힘. 안톤 쉬거가 "내가 뱉은 말은 지켜야 한다"며 이해도 되지 않고 이득도 없어보이는 살인을 저지르는 것도 결국은 자신이 만든 세계의 질서가 헝클어지는 것에 대한 불안 때문이란 걸 보여주는 마지막 시퀀스와 그리고 '이렇게 무기력한 게 인생이라네'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은 토미리존스의 주름살이 잊혀지지 않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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션 엘리스 <캐쉬백>

시간과 여행을 개념적으로 생각하기 좋아하는 내 취향에 꼭 맞았던 사랑스러운 영화. 예전에 끼적여둔 리뷰가 있으니 설명은 그걸로 대체.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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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카메론 미첼 <숏버스>

실제 성행위 장면이 나온다는 둥 동성애, 집단 섹스가 묘사되어 문란하다는 둥 이런저런 이유로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은 작품. 야하긴 야하다. 인트로에서 남자주인공이 요가하다 아크로바틱한 자세로 자위하는 장면은 정말 깜짝 놀랐으니까. 줄거리만 들어보면 난장판 같은 영화지만,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느껴지는 이 엄청난 카타르시스와 해방감은 뭐람. 아무리 사회가 달라져서 다양성을 인정하는 시대가 됐다고 해도 성, 섹스의 문제는 여전히 사회적으로 가장 억압하는 이슈인가보다 싶었다. 그러니까 우여곡절 끝에 그 억압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져서 서로를 '어쨌든 고유한 주체'로 봐주는 그 마지막 장면이 그렇게나 인상적인 것이겠지. <헤드윅>때도 그랬지만, 음악도 정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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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영, 조창호, 김성호 <판타스틱 자살소동>

타블로가 연기한 박수영 감독 편은 웃기긴 했으나 뭐 기억에 남을만큼 대단하진 않았고, 김남진이 연기한 조창호 감독편과 게이 할아버지가 나오는 김성호 감독 편은 정말 정말 재미있었다. 김남진이 이렇게 멋진 줄 몰랐었는데 '날아라 닭' 편의 '헉'소리 나는 미장센 안에선 그가 참 멋져보이더라. 정말 아름다운 톤과 구도를 보여준 단편. 김성호 감독의 단편이 가장 마음에 들어서 그의 장편상업영화인 <거울 속으로>을 보려고 했는데 당최 볼 수 있는데가 없었다. 불법 다운로드의 세계에 발을 들여야만 원하는 작품을 그나마 찾아서 볼 수 있는 이 속상한 현실..근데 왜 그는 유지태를 데리고 찍은 <거울 속으로>와 황정민을 데리고 찍은 <검은 집>에도 모두 재미를 보지 못한 걸까? 두 영화 모두 보지 못한 상태라..이해가 잘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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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여기까지 쓰다보니 인터뷰이가 여러편 추천해달라고 하면 싫어하겠다 싶다.
기사쓰는 것도 아닌데 고르고 뭐라 한마디 적는데 은근히 시간 걸린다.
최재윤 피디가 "헉!! 한두개만 추천해드리면 안될까요?"라고 문자보낸 이유를 알겠다. ㅋ
욕심부려서 미안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