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아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디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 백석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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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 중 새벽 2시 25분.
백석과 자야의 러브스토리를 기사로 옮기다
별안간 백석의 시에 꽂혀서 뒤적뒤적.
쓸쓸하고 서럽고 고단해서 눈물이 날 것 같은 시다.

그러고 보니
내 방에 놓인,  불 끄는 게 무서운 날 켜놓고 자는 등에 쓰인 글귀가 백석의 시였다.
불경처럼 서러워지는 게 어떤 기분인지 알 것 같은 새벽이다.


2009/11/12 02:31 2009/11/12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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