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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를 했다.
서울에 올라와 이사,라는 것을 한 건 이번이 세번째였는데
가장 오래 살았던 방이어서 그런지 기분이 상당히 묘했다.
붙박이장에서 옷들을 다 끄집어 내고
책이랑 음반이랑 온갖 잔짐들을 이사짐센터에서 가져온 바구니에 담으니
'이게 다 내 짐 맞아?'란 생각이 들만큼 어마어마한 양의 이삿짐이 꾸려졌다.
불필요한 건 미리 정리해 버렸는데도 그랬다. 그 많던 물건들이 도대체 내 방 어느 공간에 숨어있던 걸까 의아했다. 입 한가득 쌈을 크게 싸 넣고 씹다 도저히 씹어지지가 않아서 우에에엑, 방이 짐을 뱉어낸 것 같았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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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물건 욕심이 많았던가, 생각해보았다.
결론은 갖고 싶은 게 많다기 보다는 버리지 못하는 게 많은 쪽인 것 같다.
예컨대 이번에 중고시장에서 3만원 주고 사서 6년동안 쓴 못난이 TV를 버리고 새 TV를 샀다.
그 못난이 TV를 폐품 가져가는 아저씨가 번쩍 들고 내 방에서 나가는데, 아, 저 아이를 보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심란했으니까. 못난이라서 아크릴 물감으로 왕관도 그려넣어주고 땡땡이 무늬도 그려줬는데..내가 아껴줬던 건데..속으로 이러면서 혼자 섭섭했던 걸 보면.
물건에 정이 들어 못 버리겠단 생각이 드는 건
그 물건과 얽힌 추억 때문인데,
사실 한번 더 들어가보면
그 추억을 만들었을 당시의 나 자신으로부터 멀어지기 싫은 마음이란 걸 알게 된다.
그러니까 나는 박물관의 전시품처럼
나만의 사료를 모아모아 곁에 두고 사는 사람이었다.
그러니까 조그마한 상자를 버리는 것도 삼국사기 한 쪽을 찢어 버리는 것인양 어려워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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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삿짐을 다 빼고 3년 전 내가 처음 올 때처럼 텅텅 빈 방에 서 있는데
그 방에 새로 들어올 사람이 부동산 중계인과 함께 방을 둘러보러 왔다.
나도 모르게 그 새 주인을 힘껏 째려보게 되었다. 질투 비슷한 감정으로.
굉장히 순식간에 일어난 반응이라 나도 의아했는데, 돌이켜보면 '내가 살던 곳'에 낯선 사람이 주인이랍시고 들어오는 게 싫었던 것 같다.
그 사람이 그 방에 얽힌 내 추억들을 훼손할 것만 같은 느낌이었달까. 사실 추억은 내 머릿속에만 있는 건데도, 그 추억 속 공간은 사료화하여 내가 소유할 수 없기 때문에 생긴 위기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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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집에는, 당연한 것이지만, 아직 정을 붙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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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때문에 올라오신 엄마를 배웅해주느라 용산역에 다녀왔는데
버스 정류장 바로 맞은 편에
용산 참사 현장이 있었다. 뉴스로만 봤던 그 공간을 직접 보니 마음이 몹시 불편해졌다.
나에게 공간은 정을 주는 곳이고
어떤 사람에게 어떤 공간은 돈을 가져다주기에 욕심나는 곳이고
누군가에게 어느 공간은 목숨 걸고 지켜야 할 전부, 자기 자신이다.
뭘 어쩌자는 것도 아니고, 대단한 깨달음을 얻은 것도 아닌데
버스를 타고 집으로 오는 동안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어떤 심정으로 그 옥상 위에 올라갔을까, 그 생각이 자꾸 머리를 맴돌아 서글펐다.
이사를 했다.
서울에 올라와 이사,라는 것을 한 건 이번이 세번째였는데
가장 오래 살았던 방이어서 그런지 기분이 상당히 묘했다.
붙박이장에서 옷들을 다 끄집어 내고
책이랑 음반이랑 온갖 잔짐들을 이사짐센터에서 가져온 바구니에 담으니
'이게 다 내 짐 맞아?'란 생각이 들만큼 어마어마한 양의 이삿짐이 꾸려졌다.
불필요한 건 미리 정리해 버렸는데도 그랬다. 그 많던 물건들이 도대체 내 방 어느 공간에 숨어있던 걸까 의아했다. 입 한가득 쌈을 크게 싸 넣고 씹다 도저히 씹어지지가 않아서 우에에엑, 방이 짐을 뱉어낸 것 같았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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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물건 욕심이 많았던가, 생각해보았다.
결론은 갖고 싶은 게 많다기 보다는 버리지 못하는 게 많은 쪽인 것 같다.
예컨대 이번에 중고시장에서 3만원 주고 사서 6년동안 쓴 못난이 TV를 버리고 새 TV를 샀다.
그 못난이 TV를 폐품 가져가는 아저씨가 번쩍 들고 내 방에서 나가는데, 아, 저 아이를 보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심란했으니까. 못난이라서 아크릴 물감으로 왕관도 그려넣어주고 땡땡이 무늬도 그려줬는데..내가 아껴줬던 건데..속으로 이러면서 혼자 섭섭했던 걸 보면.
물건에 정이 들어 못 버리겠단 생각이 드는 건
그 물건과 얽힌 추억 때문인데,
사실 한번 더 들어가보면
그 추억을 만들었을 당시의 나 자신으로부터 멀어지기 싫은 마음이란 걸 알게 된다.
그러니까 나는 박물관의 전시품처럼
나만의 사료를 모아모아 곁에 두고 사는 사람이었다.
그러니까 조그마한 상자를 버리는 것도 삼국사기 한 쪽을 찢어 버리는 것인양 어려워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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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삿짐을 다 빼고 3년 전 내가 처음 올 때처럼 텅텅 빈 방에 서 있는데
그 방에 새로 들어올 사람이 부동산 중계인과 함께 방을 둘러보러 왔다.
나도 모르게 그 새 주인을 힘껏 째려보게 되었다. 질투 비슷한 감정으로.
굉장히 순식간에 일어난 반응이라 나도 의아했는데, 돌이켜보면 '내가 살던 곳'에 낯선 사람이 주인이랍시고 들어오는 게 싫었던 것 같다.
그 사람이 그 방에 얽힌 내 추억들을 훼손할 것만 같은 느낌이었달까. 사실 추억은 내 머릿속에만 있는 건데도, 그 추억 속 공간은 사료화하여 내가 소유할 수 없기 때문에 생긴 위기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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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집에는, 당연한 것이지만, 아직 정을 붙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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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때문에 올라오신 엄마를 배웅해주느라 용산역에 다녀왔는데
버스 정류장 바로 맞은 편에
용산 참사 현장이 있었다. 뉴스로만 봤던 그 공간을 직접 보니 마음이 몹시 불편해졌다.
나에게 공간은 정을 주는 곳이고
어떤 사람에게 어떤 공간은 돈을 가져다주기에 욕심나는 곳이고
누군가에게 어느 공간은 목숨 걸고 지켜야 할 전부, 자기 자신이다.
뭘 어쩌자는 것도 아니고, 대단한 깨달음을 얻은 것도 아닌데
버스를 타고 집으로 오는 동안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어떤 심정으로 그 옥상 위에 올라갔을까, 그 생각이 자꾸 머리를 맴돌아 서글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