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붉은 여왕

from Note 2010/03/15 23:35
# 1
왕십리 CGV에서 하는 <비밀애> 언론시사회에 가려고 집을 나서서
지하철을 열심히 갈아타고 동대문 메가박스로 갔다. 바보.
아무런 의심없이 동대문 메가박스가 왕십리 CGV인줄 알았던 게지.
영화관은 쥐죽은 듯 조용했고
다시 왕십리까지 가기엔 시간이 빠듯할 것 같아서 그냥 메가박스에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3D로 보기로 했다.
3D로 영화를 본 건 처음인데 굉장히 색다른 경험이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보다는 상영 전에 본 <토이스토리 3> 3D 예고편이 완전 인상적이었다. 고등학생 때 <토이스토리>를 너무너무너무 좋아해서 1,2편 각각 5번씩은 봤고, 토이스토리 캐릭터 인형을 주는 해피밀 세트도 5번인가 먹어서 인형을 다 모았던 적이 있었는데..아마 3편이 나온다는 것 때문에 흥분되었던 것 같기도 하고.

#2
3D 효과가 가장 절묘하게 느껴졌던 건 연기처럼 나타났다 사라지는 체셔 고양이 등장 때였다.

이 아이가 턱을 괴고 화면 밖으로 튀어나와 눈앞에서 뱅글 뱅글 돌면서 아양을 피우는데
얼마나 갖고 싶었는지 모른다.
극장에서 나오면서 잠시 고양이를 키워볼까 생각했다가 금세 접었다. 얼마 전, 두드러기가 심하게 나서 병원에서 거금 30만원 정도를 들여서 온갖 알러지 검사를 했는데..집먼지진드기류에 엄청나게 강한 알러지가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바닷게가 1이면 집먼지진드기는 4정도의 세기라나..가뜩이나 집에 먼지도 많은데, 고양이 털까지 뭉쳐 다니면 맨날 부풀어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패스.

#3
영화는 그냥 나쁘지 않았는데
뒤로 갈수록 좀 불편한 게 많았다.
특히 붉은 여왕(헬레나 본햄 카터)이 동생인 하얀 여왕(앤 해더웨이)외모 때문에 자격지심을 느끼고, 그래서 사랑의 대상이 되기보다는 공포의 대상이 되기로 결심하고 비틀어진 것처럼 묘사되는 게, 그래서 주변 심복들은 일부러 자신의 외모를 못생겨 보이게 만들려고 가짜 코와 귀와 뱃살을 붙이는 설정이 생각할수록 이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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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긴 것=악한 것'이라는 등식을
이렇게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영화라니..판타지라는 '빠져나갈 구멍'이 있어서인가 싶기도 하다가, 동화는 (특히 디즈니랜드표 동화) 다 그런 건가 싶기도 하고. 백설공주 이야기의 마녀는 오로지 궁금한 게 "누가 제일 예쁘니?" 밖에 없기도 하니까.

앨리스가 이상한 나라에선 자아를 찾아가며 괴물과 용감히 맞서 싸우고, 현실에서는 결혼 대신 아버지의 무역업을 잇는다는 이야기는 언뜻 '세상의 시선, 주변 사람의 의견 따위 뭐가 중요해. 가장 중요한 건 너야'라고 주장하는 듯 보이지만, 실은 이 이야기의 가장 밑바탕에는 '네가 남들 보기 흉하게 생기지 않았으면'이란 전제가 붙어 있다.

그건 그렇고
난 붉은 여왕도 이쁘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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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허옇고 밍숭밍숭한 얘보다 더 매력있더만.
빨강 머리에 스카이블루 섀도를 칠한 저 컬러조합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배색이고
비비안 웨스트우드를 연상시키는 저 빨강 머리도 너무 예쁜데.
정말 정말 못생기면 영화에 등장조차 안하겠지만, 충분히 매력있는 비주얼인데 자꾸 머리 크다, 못 생겼다, 자격지심을 갖는 사람으로 나오니까 좀 그랬다. 지금도 예뻐요, 말해주고 싶은 심정이었달까.
팀 버튼 영화는 뭔가 마이너적인 존재가 주인공이어야 더 빛나는 것 같다. 같은 그래픽과 같은 배우들을 기용해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이야기 말고, 이상한 나라의 '붉은 여왕' 이야길 했다면 훨씬 더 재미있지 않았을까? 뭔가 팀 버튼스러운 이야길 풀어낼 실타래를 많이 품고 있는 여자다.

2010/03/15 23:35 2010/03/15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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