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읽는 책들이 대부분 그렇듯 이 책도 진작 사두었다가 이제야 다 읽었다. 사자마자 휘리릭 살펴보고 '경제 개념이 거의 탑재되지 않는 내가 읽기엔 어렵겠다'는 판단에 미뤘었는데, 막상 읽고 보니 쉽고 재미있었다. 수많은 개념과 이론이 등장하지만 그것들을 이해하기 쉬운 우화로 부연설명 해주어서 좋았다. 화법이 거침없고 통쾌해서 지루하지도 않았고.
책은 크게 2부로 나뉘어 있다.
1부 우파가 저지르는 오류
1) 자본주의는 자연발생적이다? | 시장은 정부 하기 나름이다
2) 인센티브는 중요하다? | 중요하지 않을 때만 빼고
3) '마찰 없는 평면'의 오류 | 경쟁이 항상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4) 세금이 너무 높다? | 정부가 소비자라는 신화
5) 모든 면에서 경쟁력을 잃는다? | 국가 경쟁력은 중요하지 않다
6) 개인 책임이라고? | 우파는 도덕적 해이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
2부 좌파가 저지르는 오류
1) 공정 가격의 오류 | 가격을 조절하려는 욕망은 자제해야 한다
2) “정신병적” 이윤 추구? | 돈 버는 일은 나쁘지 않다
3) 자본주의는 망하게끔 되어 있다? | 자본주의는 (겉보기와는 달리) 무너질 가망이 없다
4) 임금을 평등하게 하자? | 어떤 직업은 여러 모로 열악할 수밖에 없다
5) 부의 분배 | 왜 자본주의는 자본가를 잘 배출하지 못하는가
6) 하향평준화 | 평등을 추구하는 방법으로는 적절치 않다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는
자본주의가 영 탐탁치 않고 몹쓸 구석이 많아 보여서였다.
그래서 1부를 읽을 땐 '옳지. 속 시원하다' 신나게 읽었는데, 2부에서 생각하지 못했던 골치 아픈 문제들을 마주하게 됐다.
책이 '자본주의를 의심할 때 필요한 논리'들을 제공해주리라 생각했는데
'자본주의를 의심할 때 흔히 빠지는 오류'도 다루면서 "너도 무식하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하는 셈이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공정 무역 상품에 대한 비판(그냥 가난한 사람들에게 직접 금전적인 원조를 해주고 그들로 하여금 누군가가 정말로 필요로 하는 농산물을 기르도록 내버려두는 대신, 필요도 없는 작물을 기르도록 물건 값을 지불하기 때문)
세계화에서 (손해보는 개인은 있어도)손해보는 국가는 없다는 의견.
그리고 빈곤층을 돕겠다는 선의에서 시작된 정책이 애초의 의도를 배반하고 그들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에 대한 언급들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빈곤층을 돕는 게 소용없다는 주장을 하는 게 아니라, 정책 설계에 창의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기 위한 언급이었다.)
그리고 전주영화제에서 본 김동원 감독의 <행당동 사람들 2 : 또 하나의 세상>에서 이상적인 공동체로 추앙했던 '협동조합'이 허약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도 기억에 남는다.
결론적으로
"빠르고 간단한 해결책이라는 것이 과연 존재할까?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책에는 해피엔딩이 없다. 세상은 자본주의를 그렇게도 미워하고 의심하지만 자본주의보다 나은 대안을 찾기란 지독히도 어렵다." 라고 말한다.
이 구절이 귓가에서 웅웅대는 이유는
어렴풋이 느끼고 있던 것, 자본주의 체제 아래서 벌어지는 어처구니 없이 불합리한 일들을 마주할 때마다 갑갑했지만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던 그 기분,을 들춰냈기 때문이고
또 한가지
저렇게 결론내려 버리는 것이 혹시 '자본주의를 참을 만한 것으로 만들어 영속시키려는 음모에 가담하는 것(옮긴이의 글 중)'은 아닐지 주저주저 하게 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한 내 의견이 생기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 다른 관점에서 쓴 책도 필요할 것 같고.
어쨌든
책 읽기에 있어선 끈기력 없는 걸로는 서울에서 두번째 쯤 되는 내가 하룻만에 400페이지를 읽었을만큼 재미있고 흥미롭다는 건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