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페이스북을 시작했다.
정작 자신은 잊어버린 사소한 족적 하나하나까지 기록되어 보관된다는 점이 찜찜해서 가입을 미루고 미루다가 직접 써봐야 정체를 알겠단 생각에 시작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거슬러 올라가면 옛날 옛적 싸이월드까지, SNS 채널들은 자신의 일상 속 순간, 잠깐의 장면, 그 때의 생각, 감정 한 톨을 부지런히 실어 나르도록 만든다.
내 마음대로 내 얘기를 들어줄 누군가를 향해 싸지를 수 있는 채널이라서 '자기 표현'이 즐거운 놀이가 되게 만든달까.
한가지 재밌는 건
이전까지는 의례 흘려보내던 사소한 순간까지도
눈에 보이는 것(사진, 트윗, 어느 장소에 방문했다는 팩트...)으로 물성화시켜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걸 내가 소유했다는 기쁨(혹은 착각)을 준다.
SNS 시절 이전까지 내 인생의 타임라인은 어렴풋하게 나만 알고 있었지만, 지금 내 인생의 타임라인은 나보다 페북이나 트위터가 더 잘 알기 때문에 지나간 글이나 트윗을 뒤져봐야 한다.
... 지금 나는 까먹어버린 스물한살 무렵의 고민이, 3년 넘게 로그인 한번 하지 않는 싸이월드 일기장 어디엔가 적혀있다는 게 다행인 걸까, 불편인 걸까.
게다가 그 와중에
'팔리는 내용' '안 팔리는 내용' 가격(댓글, 좋아요, 퍼가기, 리트윗)까지 실시간으로 매겨지니
SNS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넋놓고 보고 있노라면, 때때로 주식거래소 풍경을 보는 것 같은 기분에 빠져들 때가 있다.
그래서인지 요즘 들어서 '자기 PR'이라는 단어가 더 듣기 싫어졌다.
일상을 공유하라는 건지, 상품화하라는 건지 모호하게 퉁치는 태도나 발언을 만날 때면
내가 어떤 노선을 취해야 할지 헷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