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19일 대선 때, 나는 투표를 하지 않는 걸 선택했다.
내가 사는 오피스텔이 전입신고를 할 수 없기 때문에 현재 나의 주민등록상 주소는 은평구 고모댁으로 되어 있다.
투표를 하려면 전입 신고할 때 딱 한번 가본 고모댁 근처 동사무소까지 가야했다.
정말, 무지 많이, 심하게 갈등했다.
18일 밤까지만 해도 투표하는 쪽으로 55%정도 기울어졌던 마음이
잠에서 깨어난 19일 오후에 안하는 쪽으로 55%정도 기울어졌다.
전날 태안에서 기름을 닦았는데, 고작 서너시간 닦았을 뿐인데, 몸이 너무 무거웠다. 일이 고되었던 게 절대 아니라, 내가 운동부족이라서.
어쨌든 일어나니 만사가 귀찮아져서 집에서 니빌거리기 시작했다.
오후 5시, 대전에서 올라온 친구를 마중하러 서울역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 라디오를 듣게 됐다.
"아직도 투표 안하신 분들! 당장 하던 일을 멈추고 투표소로 가세요" 식의 선동 멘트였는데, 기분이 참 뭣했다.
첫번째 뭣한 기분은 창피함.
응, 그래, 나는 아.직.도. 투표 안한 분이야. 내가 이런 선택을 하다니 나도 부끄러.
두번째 뭣한 기분은 반발.
아니, 근데, 그럼 싫어 죽겠는데 그 먼 데까지 가야해? 너무 멀어, 귀찮아, 피곤해, '당장 하던 일을 멈추라'는 니 멘트 정말 거슬려. 투표를 하지 않은 사람들도 선택을 한거야. 그 선택은 쉽게 구겨버려도 되는 거야? 나의 투표권과 나의 귀찮음, 둘 중 어떤 걸 더 가치있게 생각하는지, 어떤 걸 더 먼저 다뤄야 하는지, 그거 내가 고민하는 거잖아. 그렇게 쉽게 말하지마!
세번째 뭣한 기분은 비참함.
평소에 이명박이 싫으네, 삼성 이건희 일가가 어쩌네, 특검법이 어쩌네 했던 내 말들, 그 말들의 깊이가 고작 요거 밖에 안되는구나. 귀찮음이 금세 말려버려 곧 바닥을 드러내고말 깊이. 찰박찰박, 수면 아래 0.5cm의 깊이. 나는 말만 했지 그 어떤 선택도 하지 않았었구나..그렇다면 그 말들이 내 것이라고 주장할 자신이 없어. 어디가서 이명박 싫다고 큰 소리로 말하기도 쪽팔린다.
친구를 만나
저녁을 먹고
삼청동을 걷다가
이명박 당선 유력이라는
출구조사 소식을 듣게 됐다.
분개하고
암담해하는
친구의 말들이 쏟아지는데, 나는 그 어떤 대꾸도 할 수가 없었다.
찰박찰박, 게으름이 곧 말려버리고 말 내 말의 깊이.
#2
어제는 에단호크 <이토록 뜨거운 순간>을, 오늘은 윤성호 <은하해방전선>을 보기로 선택했다.
내가 그 '뜨거운 시기'를 지나왔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다리를 건너서 이쪽 편으로 왔구나, 싶었다.
아빠가 된 에단호크가 자신이 거쳐온 시기 안에 있는 아들을 바라보는 그 눈빛. 그 안에 담긴 회한, 수긍, 응원, 포기, 통찰, 어쩔 수 없음..뭐랄까 서양 노인들이 "c'est la vie"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라고 해야 하나? 뭐 그런 게 느껴졌다.
내가 그걸 벌써 느끼는 게 좀 서글펐다.
내가 그토록 뜨거'웠'던 순간으로부터 멀어져야 하는 시기를 맞고 있다는 게.
<은하해방전선>은 선택으로 똘똘 뭉쳐있는 영화였다.
정치적 신념, 영화적 취향, 이래야 한다는 당위, 이러고 싶다는 소망, 그 모든 게 분명하고 명확했다. 그렇게 단단한 자기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건 이 방향에서 저 방향에서 다 생각해보고 찔러보고 해부해보고 공격해봤다는 걸 의미한단 생각을 잠깐 했다. GV 시간이 약 1시간 가량 진행됐는데, 감독은 참 말이 많았다. 그리고 잘했다. 다 자기가 해봤던 생각이니까.
영화 중에 내가 옛 남자친구에게 했던 말과 똑같은 대사가 나와서 깜짝 놀랐다.
"내 말을 듣는 게 아니라 니가 말할 차례를 기다리는 것 같다"라는 말.
나도 말할 차례 기다리고 노리며 하는 말 종종 하는데 그러지 말아야지 싶었다.
말, 말, 말, 이러쿵저러쿵 하다보니
죄다 말이야기 뿐이네. 내게 말이 이렇게 중요한 거였나보다.
지난 19일 대선 때, 나는 투표를 하지 않는 걸 선택했다.
내가 사는 오피스텔이 전입신고를 할 수 없기 때문에 현재 나의 주민등록상 주소는 은평구 고모댁으로 되어 있다.
투표를 하려면 전입 신고할 때 딱 한번 가본 고모댁 근처 동사무소까지 가야했다.
정말, 무지 많이, 심하게 갈등했다.
18일 밤까지만 해도 투표하는 쪽으로 55%정도 기울어졌던 마음이
잠에서 깨어난 19일 오후에 안하는 쪽으로 55%정도 기울어졌다.
전날 태안에서 기름을 닦았는데, 고작 서너시간 닦았을 뿐인데, 몸이 너무 무거웠다. 일이 고되었던 게 절대 아니라, 내가 운동부족이라서.
어쨌든 일어나니 만사가 귀찮아져서 집에서 니빌거리기 시작했다.
오후 5시, 대전에서 올라온 친구를 마중하러 서울역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 라디오를 듣게 됐다.
"아직도 투표 안하신 분들! 당장 하던 일을 멈추고 투표소로 가세요" 식의 선동 멘트였는데, 기분이 참 뭣했다.
첫번째 뭣한 기분은 창피함.
응, 그래, 나는 아.직.도. 투표 안한 분이야. 내가 이런 선택을 하다니 나도 부끄러.
두번째 뭣한 기분은 반발.
아니, 근데, 그럼 싫어 죽겠는데 그 먼 데까지 가야해? 너무 멀어, 귀찮아, 피곤해, '당장 하던 일을 멈추라'는 니 멘트 정말 거슬려. 투표를 하지 않은 사람들도 선택을 한거야. 그 선택은 쉽게 구겨버려도 되는 거야? 나의 투표권과 나의 귀찮음, 둘 중 어떤 걸 더 가치있게 생각하는지, 어떤 걸 더 먼저 다뤄야 하는지, 그거 내가 고민하는 거잖아. 그렇게 쉽게 말하지마!
세번째 뭣한 기분은 비참함.
평소에 이명박이 싫으네, 삼성 이건희 일가가 어쩌네, 특검법이 어쩌네 했던 내 말들, 그 말들의 깊이가 고작 요거 밖에 안되는구나. 귀찮음이 금세 말려버려 곧 바닥을 드러내고말 깊이. 찰박찰박, 수면 아래 0.5cm의 깊이. 나는 말만 했지 그 어떤 선택도 하지 않았었구나..그렇다면 그 말들이 내 것이라고 주장할 자신이 없어. 어디가서 이명박 싫다고 큰 소리로 말하기도 쪽팔린다.
친구를 만나
저녁을 먹고
삼청동을 걷다가
이명박 당선 유력이라는
출구조사 소식을 듣게 됐다.
분개하고
암담해하는
친구의 말들이 쏟아지는데, 나는 그 어떤 대꾸도 할 수가 없었다.
찰박찰박, 게으름이 곧 말려버리고 말 내 말의 깊이.
#2
어제는 에단호크 <이토록 뜨거운 순간>을, 오늘은 윤성호 <은하해방전선>을 보기로 선택했다.
내가 그 '뜨거운 시기'를 지나왔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다리를 건너서 이쪽 편으로 왔구나, 싶었다.
아빠가 된 에단호크가 자신이 거쳐온 시기 안에 있는 아들을 바라보는 그 눈빛. 그 안에 담긴 회한, 수긍, 응원, 포기, 통찰, 어쩔 수 없음..뭐랄까 서양 노인들이 "c'est la vie"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라고 해야 하나? 뭐 그런 게 느껴졌다.
내가 그걸 벌써 느끼는 게 좀 서글펐다.
내가 그토록 뜨거'웠'던 순간으로부터 멀어져야 하는 시기를 맞고 있다는 게.
<은하해방전선>은 선택으로 똘똘 뭉쳐있는 영화였다.
정치적 신념, 영화적 취향, 이래야 한다는 당위, 이러고 싶다는 소망, 그 모든 게 분명하고 명확했다. 그렇게 단단한 자기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건 이 방향에서 저 방향에서 다 생각해보고 찔러보고 해부해보고 공격해봤다는 걸 의미한단 생각을 잠깐 했다. GV 시간이 약 1시간 가량 진행됐는데, 감독은 참 말이 많았다. 그리고 잘했다. 다 자기가 해봤던 생각이니까.
영화 중에 내가 옛 남자친구에게 했던 말과 똑같은 대사가 나와서 깜짝 놀랐다.
"내 말을 듣는 게 아니라 니가 말할 차례를 기다리는 것 같다"라는 말.
나도 말할 차례 기다리고 노리며 하는 말 종종 하는데 그러지 말아야지 싶었다.
말, 말, 말, 이러쿵저러쿵 하다보니
죄다 말이야기 뿐이네. 내게 말이 이렇게 중요한 거였나보다.
저도 2MB을 계기로 선거의 중요성을 깨닫은 수만은 젊은이중 한명인데,,,
오늘 MBC신경민앵커 교체 됐더라구요.. 뉴스 엔딩멘트 참 듣기 좋았었는데 말이죠...!
왠지 모든 언론이 현정권으로 흡수 된 느낌이 드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