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들 스스로가 초래한 결핍감은 내가 보기에는 항상 일종의 실수라고 생각되었다.
욕망을 외부에서 끌어 오려고 해서는 안 된다. 욕망은 그것을 충동질한 여자의 몸 안에 있다. 그게 아니라면 욕망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첫눈에 벌써 욕망이 솟아나든지 아니면 결코 욕망이란 존재하지 않든지 둘 중의 하나이다. 그것은 성욕과 직결된 즉각적인 지성이거나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렇게, 나는 '경험'하기 이전에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 전날 밤, 그가 그녀에게 집에 가자는 제안을 했을 때 그녀는 선뜻 승낙했다. 그녀는 지금 그녀가 있어야 할 곳에 있는 것이다. 그녀는 가벼운 두려움을 느낀다. 이 일은 그녀가 기다리고 있는 어떤 사건과 관계가 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이런 경우는 그녀에게 일어나게 될 어떤 반응과도 관계가 있는 것이다."
"불현듯 그녀는 알게 된다. 그는 자기를 알지 못하고, 앞으로도 결코 알 수 없을 것이며, 그토록 퇴폐적인 모습들을 인식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그녀를 붙잡기 위해서는 너무나도 많은 우여곡절을 겪어 내고 치러 내야 하는데, 그로서는 결코 해낼 수 없을 것이다. 오직 그녀만이 알고 있을 뿐이다."
"그는 자신에 대해서 모르기 때문에, 내가 그의 입장이 되어 그에게 말해 주었다. 자신 안에 본질적인 우아함을 간직하고 있음을 그는 모르기 때문에, 내가 그것을 그를 위해 이야기해 주었다."
"나는 지금 내가 줄곧 기다려 왔고 또한 오직 나 자신에게서 기인하는 그런 슬픔 속에 빠져 있다고 말한다. 나는 항상 얼마나 슬펐던가. 내가 아주 꼬마였을 때 찍은 사진에서도 나는 그런 슬픔을 알아볼 수 있다. 오늘의 이 슬픔도 내가 항상 지니고 있던 것과 같은 것임을 느꼈기 때문에, 너무나도 나와 닮아 있기 때문에 나는 슬픔이 바로 내 이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나는 그에게 말한다. 이 슬픔이 내 연인이라고, 어머니가 사막과도 같은 그녀의 삶 속에서 울부짖을 때부터 그녀가 항상 나에게 예고해 준 그 불행 속에 떨어지고 마는 내 연인이라고."
"결코 서두르는 기색이 없이 한데 섞여 걷고 있던 그들. 아무런 행복도, 슬픔도, 호기심도 없이 혼잡한 무리 속에서 각자 홀로 있는 것 같은 표정들. 어딘가 가고 있는 것 같지도 않고, 갈 계획도 없어 보이면서 다만 어슬렁거리기 위해 걷고 있는 것 같은 그들. 혼자인 동시에 무리에 끼어 있고, 항상 모여 있으면서 절대로 홀로 떨어져 있지 않고, 그러면서도 늘 무리 속에서 고립된 존재들로 있는 그들."
"그가 나보다 열두 살이 더 많다는 사실이 그를 두렵게 만든다. 나는 그가 말하는 대로, 그가 잘못 생각하는 대로, 그가 나를 사랑하는대로, 그에 합당한 동시에 진지한, 일종의 연극적인 감정 속에서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그는 자신의 감정을 빗대어서밖에는 표현하지 못한다. 나는 그가 자기 아버지와 맞서서 나를 사랑하거나, 나를 아내로 맞아들이거나, 나를 데리고 도망칠 용기가 없음을 깨닫는다. 두려움을 넘어 사랑할 힘이 없기 때문에 그는 곧잘 운다. 그의 영웅심, 그것은 바로 나이고, 그의 노예근성, 그것은 그의 아버지의 재산이다."
"안녕, 잘 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등의 인사는 결코 나누지 않는다. 고맙다는 인사도. 전혀 말을 하지 않는다. 말할 필요가 없다. 모두가 말없이, 멀찍이 떨어져 산다. 돌로 된 가족이다. 어떤 접근도 불가능한 두꺼운 퇴적물 속에서 화석이 되어 버린 가족이다."
"내게 전쟁은 큰오빠와도 같다. 전쟁은 큰오빠처럼 도처에 번지고, 침입하고, 훔치고, 또 감금한다. 또한 모든 것에 섞여 들어 머릿속에도 몸속에도 생각 속에도 존재하며, 깨어 있을 때나 자고 있을 때나 시종일관 제어할 수 없는 취기 같은 욕망에 사로잡혀 사랑스러운 영토 같은 어린아이의 몸을, 나약한 자들이나 패배한 민족들의 육체를 점령한다. 악은 바로 거기에, 우리 피부에 맞닿을 정도로 가까이에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전쟁이 발발하고 2년 후 프랑스 공산당 당원이 되었다. 절대적인, 결정적인 대등함이 이루어진 것이었다. 그들이 취한 행동과 내가 취한 행동은 대등한 것이었다. 그것은 똑같은 일, 똑같은 연민, 똑같은 구조 요청, 똑같이 나약한 판단이었다. 다시 말해 개인적인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똑같은 미신이었다."
"나는 낮에 대해서는 잘 기억하지 못한다. 햇빛이 모든 색깔을 퇴색시키며 짓누른다. 밤에 대해서는 잘 기억한다. 밤의 푸른빛은 하늘이 더 멀리 있는 것처럼 느껴지게 한다. 하늘은 세상의 본질을 덮고 있는 모든 불투명함의 저편에, 그 너머에 있었다. ... 밤은 하루하루 새로웠다. 매 순간마다 새로운 밤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밤의 소리는 들개들의 소리였다. 그들은 신비를 향해 짖어 대고 있었다. 그들은 밤이 만들어 낸 공간과 시간이 완전히 소멸될 때까지, 이 마을과 저 마을에서 서로 화답하며 짖어 댔다."
"그는 어린 소녀의 향기를 들이마신다. 두 눈을 감고 그녀의 숨, 그녀가 내쉬는 따뜻한 숨결을 들이마신다. 그녀의 육체는 점점 경계가 희미해지고, 그는 이제 아무것도 분간할 수 없게 된다. 이 육체는, 다른 몸들과 달리, 무한하다. 침실 안에서 그녀의 육체는 점점 확대된다. 정해진 형태도 없다. 육체는 매 순간 생성되어, 그가 보고 있는 곳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도 존재한다. 시야 너머로 퍼져 나가 유희와 죽음을 향해 확장된다."
"나는 그가 내 몸을 즐기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 몸을 어떻게 누리는가를 바라보았다. 그런 식으로 육체를 사랑할 수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는 내가 바라던 것을 넘어, 내 육체의 숙명에 적합한 곳까지 나를 데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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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윤의 <침대와 책>을 읽다 알게 된 작가 마르그리트 뒤라스. 제인 마치와 양가휘가 나왔던 <연인>을 보진 못했지만 그 유명한 '중절모 쓴 제인 마치가 난간에 기대는 장면'은 알고 있었는데, 영화 <연인>이 이 소설 <연인>을 원작으로 한 영화인줄은 몰랐었다.
어쨌든 그 영화도 1992년에 나왔던 작품이니까..
용케 17년동안 원작 소설에 대한 귀띔을 얻지 못한채 시간을 보낸 셈이다.
소설에 대한 느낌은
어마어마하게 관.능.적.이.다.
열두살 차이가 나는 연인의 성애가 관능적이라기보다는(섹스 자체에 대한 묘사는 거의 없다)
여주인공('이렇게 자전적인 이야기가 소설인가'에 대한 논란까지 불러 일으켰다니 여주인공을 곧 마르그리트 뒤라스라고 인식해도 되겠지..)의 황폐한 듯 보이나 예리하고, 강인한 내면 속에 있는 관능적인 에너지가 대단했다.
뒤라스는 말년에
40세 연하 애인의 품에서 숨을 거두었다고 한다.
열다섯에 깨우친 '여성만이 가질 수 있는 관능의 힘'은 그녀가 노인이 되었을 때까지 없어지지 않았나보다.
그녀의 일대기를 영화로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단 생각이 잠시 머리를 스친다.
욕망을 외부에서 끌어 오려고 해서는 안 된다. 욕망은 그것을 충동질한 여자의 몸 안에 있다. 그게 아니라면 욕망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첫눈에 벌써 욕망이 솟아나든지 아니면 결코 욕망이란 존재하지 않든지 둘 중의 하나이다. 그것은 성욕과 직결된 즉각적인 지성이거나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렇게, 나는 '경험'하기 이전에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 전날 밤, 그가 그녀에게 집에 가자는 제안을 했을 때 그녀는 선뜻 승낙했다. 그녀는 지금 그녀가 있어야 할 곳에 있는 것이다. 그녀는 가벼운 두려움을 느낀다. 이 일은 그녀가 기다리고 있는 어떤 사건과 관계가 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이런 경우는 그녀에게 일어나게 될 어떤 반응과도 관계가 있는 것이다."
"불현듯 그녀는 알게 된다. 그는 자기를 알지 못하고, 앞으로도 결코 알 수 없을 것이며, 그토록 퇴폐적인 모습들을 인식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그녀를 붙잡기 위해서는 너무나도 많은 우여곡절을 겪어 내고 치러 내야 하는데, 그로서는 결코 해낼 수 없을 것이다. 오직 그녀만이 알고 있을 뿐이다."
"그는 자신에 대해서 모르기 때문에, 내가 그의 입장이 되어 그에게 말해 주었다. 자신 안에 본질적인 우아함을 간직하고 있음을 그는 모르기 때문에, 내가 그것을 그를 위해 이야기해 주었다."
"나는 지금 내가 줄곧 기다려 왔고 또한 오직 나 자신에게서 기인하는 그런 슬픔 속에 빠져 있다고 말한다. 나는 항상 얼마나 슬펐던가. 내가 아주 꼬마였을 때 찍은 사진에서도 나는 그런 슬픔을 알아볼 수 있다. 오늘의 이 슬픔도 내가 항상 지니고 있던 것과 같은 것임을 느꼈기 때문에, 너무나도 나와 닮아 있기 때문에 나는 슬픔이 바로 내 이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나는 그에게 말한다. 이 슬픔이 내 연인이라고, 어머니가 사막과도 같은 그녀의 삶 속에서 울부짖을 때부터 그녀가 항상 나에게 예고해 준 그 불행 속에 떨어지고 마는 내 연인이라고."
"결코 서두르는 기색이 없이 한데 섞여 걷고 있던 그들. 아무런 행복도, 슬픔도, 호기심도 없이 혼잡한 무리 속에서 각자 홀로 있는 것 같은 표정들. 어딘가 가고 있는 것 같지도 않고, 갈 계획도 없어 보이면서 다만 어슬렁거리기 위해 걷고 있는 것 같은 그들. 혼자인 동시에 무리에 끼어 있고, 항상 모여 있으면서 절대로 홀로 떨어져 있지 않고, 그러면서도 늘 무리 속에서 고립된 존재들로 있는 그들."
"그가 나보다 열두 살이 더 많다는 사실이 그를 두렵게 만든다. 나는 그가 말하는 대로, 그가 잘못 생각하는 대로, 그가 나를 사랑하는대로, 그에 합당한 동시에 진지한, 일종의 연극적인 감정 속에서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그는 자신의 감정을 빗대어서밖에는 표현하지 못한다. 나는 그가 자기 아버지와 맞서서 나를 사랑하거나, 나를 아내로 맞아들이거나, 나를 데리고 도망칠 용기가 없음을 깨닫는다. 두려움을 넘어 사랑할 힘이 없기 때문에 그는 곧잘 운다. 그의 영웅심, 그것은 바로 나이고, 그의 노예근성, 그것은 그의 아버지의 재산이다."
"안녕, 잘 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등의 인사는 결코 나누지 않는다. 고맙다는 인사도. 전혀 말을 하지 않는다. 말할 필요가 없다. 모두가 말없이, 멀찍이 떨어져 산다. 돌로 된 가족이다. 어떤 접근도 불가능한 두꺼운 퇴적물 속에서 화석이 되어 버린 가족이다."
"내게 전쟁은 큰오빠와도 같다. 전쟁은 큰오빠처럼 도처에 번지고, 침입하고, 훔치고, 또 감금한다. 또한 모든 것에 섞여 들어 머릿속에도 몸속에도 생각 속에도 존재하며, 깨어 있을 때나 자고 있을 때나 시종일관 제어할 수 없는 취기 같은 욕망에 사로잡혀 사랑스러운 영토 같은 어린아이의 몸을, 나약한 자들이나 패배한 민족들의 육체를 점령한다. 악은 바로 거기에, 우리 피부에 맞닿을 정도로 가까이에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전쟁이 발발하고 2년 후 프랑스 공산당 당원이 되었다. 절대적인, 결정적인 대등함이 이루어진 것이었다. 그들이 취한 행동과 내가 취한 행동은 대등한 것이었다. 그것은 똑같은 일, 똑같은 연민, 똑같은 구조 요청, 똑같이 나약한 판단이었다. 다시 말해 개인적인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똑같은 미신이었다."
"나는 낮에 대해서는 잘 기억하지 못한다. 햇빛이 모든 색깔을 퇴색시키며 짓누른다. 밤에 대해서는 잘 기억한다. 밤의 푸른빛은 하늘이 더 멀리 있는 것처럼 느껴지게 한다. 하늘은 세상의 본질을 덮고 있는 모든 불투명함의 저편에, 그 너머에 있었다. ... 밤은 하루하루 새로웠다. 매 순간마다 새로운 밤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밤의 소리는 들개들의 소리였다. 그들은 신비를 향해 짖어 대고 있었다. 그들은 밤이 만들어 낸 공간과 시간이 완전히 소멸될 때까지, 이 마을과 저 마을에서 서로 화답하며 짖어 댔다."
"그는 어린 소녀의 향기를 들이마신다. 두 눈을 감고 그녀의 숨, 그녀가 내쉬는 따뜻한 숨결을 들이마신다. 그녀의 육체는 점점 경계가 희미해지고, 그는 이제 아무것도 분간할 수 없게 된다. 이 육체는, 다른 몸들과 달리, 무한하다. 침실 안에서 그녀의 육체는 점점 확대된다. 정해진 형태도 없다. 육체는 매 순간 생성되어, 그가 보고 있는 곳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도 존재한다. 시야 너머로 퍼져 나가 유희와 죽음을 향해 확장된다."
"나는 그가 내 몸을 즐기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 몸을 어떻게 누리는가를 바라보았다. 그런 식으로 육체를 사랑할 수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는 내가 바라던 것을 넘어, 내 육체의 숙명에 적합한 곳까지 나를 데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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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윤의 <침대와 책>을 읽다 알게 된 작가 마르그리트 뒤라스. 제인 마치와 양가휘가 나왔던 <연인>을 보진 못했지만 그 유명한 '중절모 쓴 제인 마치가 난간에 기대는 장면'은 알고 있었는데, 영화 <연인>이 이 소설 <연인>을 원작으로 한 영화인줄은 몰랐었다.
어쨌든 그 영화도 1992년에 나왔던 작품이니까..
용케 17년동안 원작 소설에 대한 귀띔을 얻지 못한채 시간을 보낸 셈이다.
소설에 대한 느낌은
어마어마하게 관.능.적.이.다.
열두살 차이가 나는 연인의 성애가 관능적이라기보다는(섹스 자체에 대한 묘사는 거의 없다)
여주인공('이렇게 자전적인 이야기가 소설인가'에 대한 논란까지 불러 일으켰다니 여주인공을 곧 마르그리트 뒤라스라고 인식해도 되겠지..)의 황폐한 듯 보이나 예리하고, 강인한 내면 속에 있는 관능적인 에너지가 대단했다.
뒤라스는 말년에
40세 연하 애인의 품에서 숨을 거두었다고 한다.
열다섯에 깨우친 '여성만이 가질 수 있는 관능의 힘'은 그녀가 노인이 되었을 때까지 없어지지 않았나보다.
그녀의 일대기를 영화로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단 생각이 잠시 머리를 스친다.
영화로 이미 만들어졌어요 국내 개봉을 안했을 뿐이죠
아. 그렇군요. 귀띔해주셔서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