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디오헤드의 새 앨범이 나오면 묻지 않고, 따지지 않고 사는 것처럼
온전히 믿고 지지하는 몇 명의 영화 감독이 있다.
<볼링 포 콜럼바인><화씨 9/11>을 통해 내게 '미국'을 이해하는 중요한 키를 알려준 마이클 무어도 늘 흥미를 유발하는 감독 중 하나.
마감이 끝나자마자 시네큐브에서 <식코>를 봤다.
그는 여전했다. 왜 정치 대신 영화를 택한 거지? 라는 궁금증이 들만큼 강력한 주장과 선동이 담겨 있었고, 어렵게 꼬지 않고도 핵심적인 의문들을 탁탁 집어내 고찰하기 때문에 설득력도 대단했고, 블랙코미디스러운 편집 감각도 탁월했다. (보험 가입이 되지 않는 병명 리스트를 '스타워즈' 배경 음악에 맞춰 우주로 보내버린 장면에선 진짜 웃겨 죽을 뻔 했다. "진짜 골때리게 웃기지? 근데 이게 이 땅에서 실제 일어나는 현실이라니까"라고 말하는 게 그의 화법. 그래서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의 상태가 되고 말지만. 어쨌든.)
영화를 보고 나서 며칠 묵히는 동안 '흘러가지 않도록 내 것으로 되새김질하자'는 생각이 뒷통수를 간질간질하게 만들었는데, 귀찮음 때문에 시간을 보내고 말았다.
그러다 오늘 다시 <식코>를 끄집어 낸 데는 이유가 있다.
영국의 전 국회의원 '토니 벤'의 인터뷰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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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use people in debt become hopeless, and hopeless people don’t vote.
빚에 쪼들리면 당연히 사람은 침체되고 낙담한다, 그런 사람들은 또한 투표할 의지를 잃는다.
See, they always say that everyone should vote,
정부는 언제나 국민들에게 투표를 권고한다지만,
but I think if the poor in Britain or the United States turned out and voted for people representing their interests,
진짜로 영국이나 미국의 저소득층이 자신들을 대변할만한 인물에게 투표를 한다면,
it would be a real democratic revolution.
그건 진짜 진정한 민주주의 혁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So they don’t want it to happen. So keeping people hopeless and pessimistic.
사실 정부는 그런 결과를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이 계속 낙담하고 절망적이도록 조장한다.
See, I think there are two ways in which people get controlled:
내가 볼때, 민중을 장악하는 데에는 두 단계가 있다.
First of all, frightening people, and second, you demoralize them.
첫째로 겁을 잔뜩 준 다음 혼란을 야기시키는 거다.
An educated, healthy and confident nation is harder to govern.
똑똑하고 건강하고 당당한 국민들은 나라에서 다스리기 쉽지 않다.
And I think there’s an element in the thinking of some people.
사회 어딘가에는 국민들이 똑똑하고 건강하고 당당해지길 바라지 않는 무리들이 있다.
We don’t want people to be educated, healthy and confident, because they would get out of control.
그런 국민들은 통제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But they’re poor, they’re demoralized, they’re frightened. And therefore, they think,
가난하고, 당황하고 겁에 질린 그들은 그저 이렇게 생각할 뿐이다.
“perhaps the safest thing to do is to take orders and hope for the best.”
"그래, 그냥 윗분들 말씀 따르자. 이게 그래도 속편한 인생이야. 언젠간 쫌 나아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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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하기 쉬운 사람. 당황하고 겁에 질린 그들.
쿡쿡 찔린다. 요즘의 내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
덜컥 불안과 충동에 휩싸일만큼, 몸에서 스트레스로 인한 이상징후들을 보일만큼 '내 길'에 대한 고민이 많아지는데도
"나쁘지 않은 상태야. 언젠간 좀 나아지겠지"라고 생각하거나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만 걱정하다 '이게 내 길인지도 몰라.'라고 결론내리고 '낙담하고 절망'한다.
그런데 영화 속 말들이 번뜩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내가 가장 되물어야 할 건 '과연 내가?'가 아니란 생각.
원치않음에도, 무기력하기 때문에, 버티고 있는 건 아닌지
'나쁘지 않다'며 스스로를 속이고 있는 건 아닌지 되물어야 한다는 생각.
정치, 사회적 이슈든
개인적인 행복에 관한 이슈든
내가 가장 경계해야 하는 건 '무기력함'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무엇을 봐도, 무슨 이야길 들어도, 내 안으로 끌고 들어오는 이 버릇은 여전한가보다.
고집은 센데, 겁은 많고, 파고드는 성향의 나를 달래면서 사는 건, 아, 정말이지 피곤한 일이다.
오오..
좋구만..
자신을 찾는 여행
쿄쿄. 그렇게 거창하게 말하면 내가 부끄럽자나용..미국 유학을 준비하는 오빠는 이 영화를 꼭 보셔야해요.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