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9'에 해당되는 글 3건

  1. 평온과 안일 사이 생각병 2010/09/28
  2. 군집공포증 2010/09/23
  3. 9월 2010/09/16

평온과 안일 사이 생각병

from Note 2010/09/28 22:37
요즈음 그 어느 때보다 평온하다.

이런 시기가 찾아오길 간절히 바래왔다.

조급해진 마음으로 일하면서 스스로를 압박하지 않기를

외로움이 마음벽을 싸락싸락 쓸어댈 때 엄한 곳을 서성거리는 대신 불 끄고 눈 질끈 감고 잠잘 수 있길

쿨한 척하면서 속으로 눈치보는 대신 '나 질척한 사람이야'라고 까발리고 구성진 수다를 떠는 법을 알게 되길

나를 홀딱 들었다 놓는 쓰나미 같은 감정에만 의미부여하지 말고 잔잔하고 한결같은 감정도 감사하게 생각하길

무엇보다 자연스러운 나 그대로이길 바랐다.

물론 여전히 불쑥 불쑥 조급증, 불안함 등이 내 얼을 빼놓을 때가 있지만

그래도 스물 둘, 스물 셋의 나와 비교하면 정말 많이 평온해졌다.

째깍째깍 나를 스쳐가는 시간들을

최대한 가벼운 마음으로, 스스로를 믿어주는 마음으로 마주하고 보내주자는 결심을 하고 있다.

그런데

마음 한구석 의뭉스러운 물음표가 스물스물 세력을 키운다.

지금 이 상태가 '안일함'이라고 일컬어지는 그 상태가 아닐까 하는 물음.

평온한 것과 안일한 것은 어떻게 다를까.

그 둘을 구분할 수 있는 맑은 눈이 나에게 있던가..?

'불확실성, 불안, 격정' 등에 충동적으로 끌리는 내 유아적인 기질이 괜시리 의심의 눈총을 보내는 건 아닌지

아니면

상태유지만 하려는 마음을 평온이라는 단어로 미화하고 있는 건 아닌지

...

간만에 생각병이 도졌다. 쯧.

'내가 그렇지 뭘' 하는 체념 비스무레한 감정과 '아직 다행이다'라는 안도의 감정이 섞여서 느껴지는 건 왜일까.

헛.

어쨌든 명백한 건 서른 되기 전에

내 삶의 캐치프레이즈를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꼭 바빠 죽겠을 때 이러더라. 쉴 때 좀 생각하고 싶어지지, 내일까지 짜야되는 기사 콘티가 있는데 왜 하필 지금 생각하고 싶어지는지 모르겠다. 시험 전날, 책상 정리 하듯이.


2010/09/28 22:37 2010/09/28 22:37

군집공포증

from Note 2010/09/23 16:06

군집공포증이라는 말이 있다는 것도 방금 알았지만

얼른 이 소름끼치는 기분을 떨치기 위해 뭐라도 지껄여야겠다 싶다.

11월호 아이템을 준비해야 해서 조금 전 집 앞 카페에 와서 아이스라떼를 시켜놓고 열심히 워드질을 하고 있는 중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스라떼 테이크아웃 잔 바깥면에 물방울이 송글송글 맺혔는데

컵에 빽빽하게 맺힌 물방울을 보고 소름이 쫙 끼쳤다. 30분이나 지났는데 여태 머리카락 뿌리 부분이 찌릿찌릿하다.


아주 어릴 때부터

반복되는 동그라미 무늬를 보면 소름이 끼치고 무섭고 그랬더랬다.

땡땡이 무늬 옷이나 타일 등 죽어있는 패턴은 괜찮고

생물책에서 세포 확대한 사진이나 바닷가 따개비, 거품 등 살아있고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주는 패턴만 그런 반응을 일으켰다.


그러려니 하다가 이게 무슨 현상일까 궁금해서 검색해보니

나같은 증상이 있는 사람들이 종종 있나보다. 군집공포증이라는 의학 용어까지 있는 걸 보니.

어릴 때 무서웠던 기억이 무의식에 박혀서 그런다는데

무슨 패턴이 날 그리도 무섭게 했을까 생각해보면 떠오르는 영상이 하나 있다.

초등학교 2학년 때인가 3학년 때

학교 뒤에 동물 사육장이 있었는데

거기 철조망 앞에서 공작새 구경을 했던 기억.

내 바로 앞에서 공작새가 갑자기 꼬리를 화악 펼쳐서 수백개의 눈이 앞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던 적이 있다.

아휴. 소름끼쳐.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정말 싫은 기억이다.

그때 나 혼자 구경하고 있어서 누군가에게 무섭다고 말도 못하고 삭혔는데, 이게 여태 영향을 주고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참 그렇다.


어떤 감정이든 그냥 삭히면 안되는 모양.

표현하기,는 아낄 필요가 없다.  



2010/09/23 16:06 2010/09/23 16:06

9월

from Note 2010/09/16 02:11

음. 너무 오랜만에 글을 올려서 내 블로그임에도 스스로 낯설어 하고 있지만, 그래도 왠일로 끼적이고 싶어졌다. 나 잘 살아 있어요, 라고.

두번째 수술도 잘 끝났고, 의사 선생님이 이제 치료 더 안받아도 되겠다 하셨고

복귀한 회사에서 폭풍 일감을 던져주는 걸 보니 아직은 내 머리가 쓸모 있는 것 같고

봄부터 시작한 연애도 별탈없이 순항 중.

그런데 아주 오랜만에 '새벽에 서성대기' 놀이 중이다.

9월이 되어서 그런가.

창문 열고 코 박고 킁킁 공기 온도를 느낀다.

슝슝 지나가는 차소리도 듣고

헤드라이트 물결도 구경하고.



... 손가락 사이로 시간이 후르륵 빠져나가 흩어진다.

여기까지 오려고 허덕허덕 했지만, 지금 내가 여기, 스물 아홉 9월에 있다는 게 이상하다.


2010/09/16 02:11 2010/09/16 02:11